거짓의 비극(미식 메이트 후루츠키, 모델 츠키야마) 가끔 좋아하던 음식의 맛을 혀끝에 되새기곤 한다. 당도 높은 케이크가 지나간 뒤, 쫄깃한 파스타의 면발이 혀를 스친다. 표정이 풀리면 추해지는데도, 입술을 벌리고 허공을 음미한다. 빨대로 들어오는 액체는 쌉싸름하지만. 코를 찌르는 향긋한 냄새에 몸이 잘게 떨렸다. 꿀을 잔뜩 바른 팬케이크가 접시 위에서 말랑말랑하게 기다리고 있다. 시즌이 끝나면 팬케이크를 먹어야지. 슈가 다짐하자마자, 팬케이크는 무자비한 폭군의 칼에 엉망이 된다. 아름다운 자태는 어디 가고 잔뜩 붕괴되고 해체된 팬케이크를 망연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슈는 빽, 귀를 쏘는 소리를 질렀다. “PG!”“아, 먹는데 왜 그래요.” 니무라는 팬케이크를 우물거리며 불만스럽게 답했다. 비스듬히..
락밴드하던 카네츠키 재회하는 썰 1. 그때 켄은 기타를 만지고 있었다. 의미 없는 음들을 치며, 소리를 조정하는 작업이었다. 녹음실 밖 소파에 걸터앉아 있으면, 얼마나 기타 끝에 집중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집중이 흐트러지는 순간, 잡음이 켄의 귀를 비집고 들어왔다. 방음 장치가 발린 녹음실이 아닌 공간은 외부의 소리를 전해오기 쉬웠으니까. 딱딱,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는 구두소리였다. 운동화는 확실히 아니었고, 그렇다고 해서 하이힐 같지는 않았다. 남자 구두, 저런 구둘 신을 사람이 자신의 지인 중 몇 명이나 될까. 켄이 고민하는 사이, 구두소리는 코앞까지 다가와서 멈췄다. 켄이 고개만 돌리면 구두의 주인을 알 수 있을 거리였다. 하지만 켄은 굳이 머리를 움직이지 않아도, 그를 알 것 같았다. “…카네키 군..
생일 축하해 한때는 살아있기를 바라지 않은 적이 있다. 그 묵직한 감정이 사랑이라 알지 못한 채 심연 같은 어둠을 헤맸다. 그가 살아있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그랬다. “생일 축하해, 슈군.” 다정하게 웃으며, 케이크를 내민다. 파파, 슈는 탄식처럼 아버지를 불렀다. 웃는 모양대로 주름진 얼굴이, 세상의 애정을 모두 긁어모아 담은 듯한 눈빛이 가슴을 울컥하게 했다. 슈는 입술을 길게 찢어 웃으며, 케이크를 받았다. 식탁에 내려놓은 케이크 위에 촛불이 올라갔다. 밤을 밝히는 가로등처럼 불빛이 아른거렸다. 축하 노래가 들려오고, 슈가 숨을 모아 촛불을 껐다. 촛불이 다 꺼지고 환하게 웃었을 무렵, 셔터 소리가 찰칵 지나갔다. 모두를 초대하지 않아서일까. 마주한 벽면에 공간이 많이 남아 허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