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츠키야마 씨가 죽었다. 그가 죽었는데, 왜 자신을 위로하는지 모르겠다. 위로 받아야 할 사람이라면 사실 이 자리에 없는 츠키야마 씨겠지. 켄은 사람들이 제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누군가 혀를 끌끌 차며 안쓰러워하기도 했지만, 저와 상관없는 일처럼 멀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장례식은 가지 않기로 했다. 아무도 켄의 결정에 토를 달지 않았다. 차라리 누군가 끌고 가주기를 바랐는데, 모두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밖으로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검은 옷, 검은 구두. 어디로 가는지 뻔히 보이는 바람에 켄은 소파에 누워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 환하게 웃는 얼굴이 보였다. 자꾸만 흐려져만 가는 얼굴에 켄은 쿠션을 잡고 끅끅 추하게도 울었다. 하지만 얼마 울지도 못하고 멈췄다. 언제 ..
오래된 맨션은 유난히도 열쇠로 문을 여는 소리가 요란스러웠다. 묵직한 철문이 바닥을 긁고 지나가면 꽤 깊이 잠들었던 슈도 지독한 마찰음에 정신이 차려졌다. 소파에서 몸을 웅크리고 자서 몸이 삐걱거렸던 슈는 고개만 살짝 돌려 현관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슈가 그토록 기다리던 남자가 등을 구부린 채 신발을 벗고 있었다. 낑낑거리며 유독 떨어지지 않던 한 쪽 신발을 벗던 켄이 현관 문턱에 털썩 주저앉았다. 두 손으로 힘껏 끌어내고 나서야 겨우 신은 켄의 발에서 나가떨어졌다.켄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바닥으로 훔친 다음 지긋이 이어지는 시선을 올려다보았다. 조금 전까지 잤던 티를 내듯이 머리가 부스스한 슈가 비척 일어나서는 켄에게 걸어갔다. 마침내 켄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자, 슈는 무너지듯이 자신에게 안기는 켄..
*너무 우울한 나머지 개그를 썼습니다. 강해지고 싶었다. 강해져서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내고 싶었다. 더는 아무것도 못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마을 대대로 내려오는 오래된 책에 기대어 이 숲속까지 걸어 들어왔다. 이제 물러설 곳은 없다고 생각하며, 켄이 소중하게 책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페이지를 표시해놓은 숫자가 닳아 없어질 만큼 보았던 곳을 펼쳐 위에서부터 훑어보았다. 오는 동안 내내 연습했건만 긴장이 되었다. 켄은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쉰 다음, 차분히 책을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다. “…트레비앙!” 사실 마지막 문단을 읽을 때마다 켄은 이 책을 믿어도 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고는 했다. 그래도 자신이 기댈 곳은 이 책뿐이니, 믿을 수밖에. 그나저나 책에 있는 주문을 읽었는데도, 책이 빛..